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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버컵에서 은퇴 경기를 마친 뒤 동료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로저 페더러(맨 위).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남긴 건 전술도, 기술도 아니었다. 36세의 나이에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고, 41세까지 코트를 누비며 남자 테니스의 역사를 바꾼 것이야말로 진짜 유산이다.”
뉴욕 타임스는 25일(한국시간)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의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페더러는 전날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2 레이버컵 첫날 복식 경기에 ‘라이벌’ 라파엘 나달(36·스페인)과 한 조로 출전해 프랜시스 티아포(24)-잭 속(30·이상 미국) 조를 상대로 은퇴 경기를 치렀다. 페더러는 이날 경기에서 비록 1-2로 졌지만, 불혹을 넘긴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특유의 원핸드 백핸드를 적중했고, 전매 특허인 네트 플레이도 전성기 시절 못지않게 날카로웠다.
페더러는 나달,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와 함께 2000년대 테니스계를 주름잡았다. 남자 테니스 ‘빅3’ 중 누가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인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황제’ 칭호는 페더러에게만 주어졌다.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호주오픈까지 20개의 메이저 우승 타이틀을 따냈다.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이후 나달(22회)과 조코비치(21회 이상 메이저 우승)가 페더러를 넘었다. 하지만 페더러의 메이저 최다승(369승)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이 부문 2위는 조코비치의 334승이다.
레전드의 상징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커리어 내 4대 메이저 모두 석권)’도 이뤘다. 2009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빅3 중에선 맨 처음이었고,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와 1999년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특히 우아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플레이로 큰 사랑을 받았다.
페더러는 코트 안에선 최고의 ‘강자’였지만, 코트 밖에선 ‘약자’를 위해 뛰었다. 특히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틈날 때마다 기부했다. 그가 낸 돈으로 문을 연 학교만 80곳이 넘는다. 페더러는 학교 건립 사업에만 1500만 달러(약 210억원)를 쾌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더러는 또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아프리카 학생들의 식사 비용으로 써 달라며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했다. 하지만 테니스 황제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2020년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든 탓에 회복이 더뎠다. 지난해 어렵게 복귀했지만, 7월 윔블던 8강전을 끝으로 다시 휴식에 들어갔다. 최근 1년 반 동안 무릎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페더러는 이날 나달과 한 조를 이뤄 생애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8000여 관중은 힘찬 박수로 ‘황제’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나달은 “내 테니스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떠나보냈다. 페더러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내게 영광이자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은퇴 경기를 마친 뒤 “환상적인 여정이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8회
- 윔블던 우승 횟수. 최다 기록
20승
- 남자 메이저 단식 우승 횟수. 최초 달성
237주
- 2004년 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연속 세계 1위. 전체 1위
310주
- 2004년 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세계 1위 차지
369승
- 메이저 경기 승수. 전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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